사람들이 떠난 그 자리에, 진짜 여행이 시작됩니다.
북적임이 사라지고, 자연의 숨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이 시기야말로 '진짜 쉼'을 누릴 수 있는 여행 타이밍이죠.
지금 가면 더 좋은, 한적하고 여유로운 시즌오프 국내 여행지를 소개합니다
한 여름을 보낸 바다, 지금은 나만의 바다 – 속초와 주문진의 가을 바람
한때 수많은 피서객으로 북적이던 속초와 주문진.
하지만 여름이 끝나고 8월 말에서 9월 초로 넘어가는 이 시기엔, ‘사람’보다 ‘바람’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해수욕장은 문을 닫았지만, 그 자리에 고요함과 해 질 녘 노을빛이 머뭅니다.
속초의 외옹치 바다향기로, 설악대교를 건너 도착한 주문진 방파제.
평소에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던 포토스팟이, 이 시기에는 조용한 사색의 공간으로 바뀌죠.
인근 카페들 역시 사람들로 북적이지 않아, 파도 소리를 들으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게다가 속초의 중앙시장, 주문진의 어시장은 가을부터 제철 해산물이 쏟아지기 시작하는 타이밍!
붐비지 않는 시장 골목에서 여유롭게 구경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맛보는 ‘물회 한 그릇’은 시즌오프만의 특권입니다.
✔ 여행 팁
외옹치 바다향기길은 해 질 무렵에 걷는 것을 추천
주문진 방파제 인근 카페 '블루하버'에서 보는 노을 뷰가 일품
이 시기 속초해변은 텐트를 치고 쉬기에 더없이 좋음
계절이 느리게 흘러가는 골목 – 군산 시간여행
여행지에서 ‘사람보다 건물이 말을 거는 곳’을 찾고 있다면 군산이 딱입니다.
성수기에는 인생샷을 남기려는 여행자들로 북적이지만, 시즌오프에는 마치 영화 세트장을 전세 낸 듯한 착각이 듭니다.
군산은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도시입니다.
‘근대역사박물관’, ‘히로쓰 가옥’, ‘구 군산세관’, ‘이성당’ 같은 장소들이 골목골목에 박혀 있어, 마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듯한 기분이 들죠.
특히 9월 즈음, 늦더위가 누그러지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군산 골목은 진가를 발휘합니다.
길게 뻗은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관광지라기보다는 일상을 스치는 풍경처럼 다가옵니다.
오히려 이 시기에는 사진을 찍는 것보다, 눈에 담는 것이 더 특별한 경험이 됩니다.
유명한 이성당도 줄이 거의 없기 때문에, ‘빵을 사기 위해 한 시간’이 아닌 ‘산책하다가 만나는 빵집’이 됩니다.
✔ 여행 팁
‘진포해양테마공원’은 가족 단위 여행자보다 혼자 혹은 둘이서 느긋하게 보기 좋은 장소
군산은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 '시청역 근처 렌탈샵'에서 대여 가능
9월 중순부터는 은파호수공원의 가을 야경이 환상적
피톤치드 대신 고요함이 가득한 숲 – 장성 축령산 힐링 트레킹
숲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은 ‘냄새’입니다.
맑은 공기, 나무 냄새, 흙냄새. 그런데 성수기에는 이 고요한 냄새마저 사람들의 목소리에 묻히곤 하죠.
전남 장성에 위치한 ‘축령산 편백 치유의 숲’은 그런 면에서 시즌오프에 가면 진짜 진가를 발휘하는 곳입니다.
편백나무숲의 향은 여전하지만, 사람 발길이 줄어들며 숲의 소리와 호흡이 또렷하게 들리기 시작합니다.
이곳은 트레킹 초보자도 쉽게 오를 수 있는 코스로, 비교적 완만한 경사와 깔끔하게 정비된 숲길이 특징입니다.
편백나무 숲을 지나 중턱쯤 도달하면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마치 따뜻한 필터처럼 마음을 정화해줍니다.
무엇보다 축령산은 ‘쉼’을 위한 장소로 잘 설계되어 있습니다.
숲 안 곳곳에 벤치와 족욕장, 명상 쉼터가 있어 단순히 ‘걷는 것’이 아니라 ‘머무는 산책’을 가능케 합니다.
✔ 여행 팁
장성역에서 축령산 입구까지 셔틀버스 이용 가능
‘치유의 숲 프로그램’은 사전예약제지만, 개별 탐방은 자유롭게 가능
근처에 장성호 수변길도 함께 들르면 하루가 꽉 찹니다
여행은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때론 사람 없는 곳에서 나를 다시 만나는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북적임이 사라진 계절, 한적한 공간이 주는 감동은 더 오래 남습니다.
이번 주말, 지금 아니면 누릴 수 없는 시즌오프 여행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