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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
하루를 마무리하고 침대에 누워 무심코 휴대폰을 들여다본 적 있으실 겁니다.
그날도 저 역시 단 몇 분만 보겠다는 마음으로 쇼츠드라마를 틀었습니다.
그런데 그 몇 분이 결국 몇 시간으로 이어졌고, 눈을 뜨니 이미 새벽이 훌쩍 넘어 있었습니다.
‘짧아서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이 오히려 가장 큰 함정이었던 경험, 오늘은 그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짧음의 마법, “한 편만 더”라는 유혹
처음에는 단순했습니다.
침대에 누워 자기 전, 무언가 가볍게 보고 싶었습니다. 긴 드라마나 영화는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집중하기도 힘들고, 피곤해서 금세 잠이 들 것 같았으니까요. 그래서 선택한 게 쇼츠드라마였습니다.
길어야 23분.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한 편만 보고 자야지.” 그렇게 시작한 게 문제였습니다.
첫 편을 보고 나니 다음 편이 자동으로 이어졌습니다. 내용은 단순했지만 짧은 시간 안에 갈등과 반전, 그리고 감정이 압축돼 있었습니다. 긴 드라마에서는 23회차에 걸쳐야 할 이야기를 단 몇 분 안에 쏟아내니,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못 참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한 편만 더 보고 자야지.”
이 말이 몇 번이나 반복됐는지 모릅니다. 한 편이 끝날 때마다 등장하는 다음 화의 짧은 예고와 자극적인 첫 장면이 저를 붙잡았습니다. 눈은 피곤했지만, 머릿속은 점점 더 선명해졌습니다. ‘이게 짧음의 힘이구나’라는 걸, 몸으로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시간을 잊게 만드는 몰입, 그리고 새벽의 고백
쇼츠드라마의 무서움은 바로 시간을 잊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2분짜리 영상을 열 개 보면 20분, 스무 개면 40분, 금세 1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저는 어느 순간 시계를 봤습니다. 밤 11시 30분. “조금 더 보고 자도 괜찮겠네.” 그렇게 생각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새벽 2시가 넘어 있었습니다.
사실 드라마를 정주행하다 보면, 중간에 늘어지는 부분이 있어 잠시 멈추거나 내일로 미루곤 합니다. 그런데 쇼츠드라마는 늘어지는 부분이 없습니다. 모든 장면이 하이라이트처럼 이어지기 때문에, 멈출 타이밍이 없었습니다.
그날 새벽, 저는 제 스스로에게 솔직히 고백했습니다.
“이건 단순한 시청이 아니라, 중독이구나.”
짧아서 가볍게 시작했지만, 오히려 더 깊게 몰입해버린 겁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후회가 크지는 않았습니다.
몇 시간 동안 이어진 시청이었지만, 내용 하나하나가 저에게 웃음과 눈물을 주었고, 오랜만에 드라마 속 인물과 함께 울고 웃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게 곧 ‘제가 드라마를 좋아했던 이유’였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짧음이 남긴 긴 여운, 제 일상 속 변화
그날 이후 저는 달라졌습니다.
이전에는 출퇴근 길이나 점심시간에 뉴스를 보거나 SNS를 잠시 둘러보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자연스럽게 쇼츠드라마를 한두 편 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오락이었지만, 점차 ‘짧은 시간에도 이렇게 큰 감정을 느낄 수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되면서, 제 하루가 조금 더 풍성해진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었습니다.
밤마다 “한 편만”이라는 유혹에 넘어가다 보니, 잠자는 시간이 줄어든 겁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저만의 규칙을 세웠습니다.
“밤에는 5편까지만, 나머지는 아침이나 낮에 본다.”
짧음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스스로 선을 정하는 게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이 경험은 분명히 제 미디어 소비 방식을 바꿔놓았습니다.
예전 같으면 1시간짜리 드라마를 정주행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는데, 쇼츠드라마 덕분에 짧게 나누어진 서사에 익숙해졌습니다. 짧음이 저를 더 자주, 더 쉽게 드라마 세계로 끌어들이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짧음이 남긴 긴 여운이 있었습니다.
짧게 보았지만 그 안에서 느낀 감정은 오래 남았고, 하루 종일 어떤 대사나 장면이 머릿속을 맴돌기도 했습니다.
짧아서 가볍게 시작했지만, 결국 제 일상 속에서 오래도록 영향을 준 것이죠.
“짧아서 괜찮다”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저를 밤새 붙잡아둔 쇼츠드라마.
그 경험은 단순한 시간 낭비가 아니라, 오히려 짧음의 강렬함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아마 침대에 누울 때마다, “오늘은 딱 한 편만”이라고 말하면서 다시 그 세계로 들어갈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한 편이 또 다른 새벽을 부르는 건, 어쩌면 이미 정해진 결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